청년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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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청년노동과 빈곤
우리들의 불안한 노동
사교뭉치
성 지 민 그라시아
어수선한 2016년의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늘—항상—어수선 했습니다. 마음이 말입니다.
‘먹던 삼각 김밥에서는 플라스틱 맛이 나고, 컵라면에서는 고무 맛이 났어요.’
얼마나 자주 먹으면 저 음식들에서 저런 맛이 나는 걸까요? 저는 저 말에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친구가 왜 저 음식들을 먹어야만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잠깐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2016년 12월이 지나면 드디어 빚쟁이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요즘 필수라는 한 해 휴학(요즘은 졸업유예까지 ‘필수!’라죠?)을 하고 대학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해 3년 만입니다. 6학기 등록금을 대출했습니다. 그 때는 희희낙락 놀며 학교를 다니느라 그 돈이 엄청난 줄 몰랐습니다.
저는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하고 일정액의 상여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달 27일 꼬박꼬박 일정한 금액이 통장에서 떨어져나갑니다. '임금은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것일 뿐.' 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캥거루처럼 지내며 휴대폰요금, 교통비, 약간의 용돈을 제하고 난 뒤 통장을 확인하면 깨끗한 잔액이 한 달이 지났다는 것을 말해주곤 했습니다. 두 달만 지나면 끝날 거라는 생각에 들떴나 봅니다. 이런 순간에 치과에 가게 되다니, 절망스럽습니다. 한 달 임금이 치과로 갔습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여 치료 중입니다. 마음 놓고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저는 그나마 나은 경우에 속합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간 친구들은 한 달 일해 한 달을 살고, 또 한 달 일해 한 달을 살고. 도돌이표 같은 생활 중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저의 경우는 ‘상시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상태에 있는 사람’의 경우입니다. 비상시적인 일을 하는 청년노동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주변에는 수많은 아르바이트 혹은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습니다. 2016년 최저임금 6,030원 이마저도 계산하기 어렵다며 30원을 떼고 계산하는 사업주, 1년 이상 계약한 것도 아니면서 일을 잘할지 못할지 아는 것이 없으니 무조건 석 달은 임금을 적게 줄 것이며 이후에도 지켜보면서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말하는 사업주, 30분 일찍 나와서 청소하고 정돈하고 30분 늦게 청소하고 정리하고 집에 가라고 말해놓고 그건 일한 시간이 아니니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사업주, ‘계약은 6개월씩 새롭게 계약합니다.’라던가 ‘11개월만 우선 계약하죠.’라고 말하는 사업주들이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우리는 가족같이 일할 사람을 구한다고 합니다. 가족한테는, 가족이니까 나쁜 짓, 해도 되는 거랍니까? 최저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인구가 노동하는 전체 인구의 18%나 됩니다.
여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당연히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런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져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경우는 상시적인 업무에 놓여있지 않아 위험부담이 큰데도 훨씬 더 적은 임금과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4대 보험에도 연속적으로 가입하지 못해 미래는 더 불안합니다. 사업주만 편하자고 노동자를 쉽게 고용하고 사용하면서 최소한의 삶에 대한 보장도 해주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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