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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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신앙이 도움 되는지요?
현실도피로는 되죠. 신앙은 좋게 말하면 안식처인데, 나쁘게 말하면 현실도피예요. 현실도피라는 게 집에서 잉여처럼 있느냐, 여가 시간에 침대에 누워 있거나 TV를 보는 거냐, 성당에서 기도하느냐 그 차이이지, 둘 다 현실도피인 건 똑같아요. 추한 모습이냐, 신선한 모습이냐 그 차이거든요. 저희 성당 신부님도 얘기하세요. 일자리 얻고 싶으면 일자리센터나 구직소에 가야지 왜 성당을 오느냐.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정보 사이트를 들어가거나 소개팅을 해야지 왜 성당을 오느냐…. 이런 기본적인 게 충족되어야지 그다음이 성당이거든요.
요즘 생활하며 당신의 기분, 감정과 가장 가까운 단어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피곤함? 어쩌다보니 지난주부터 퇴근하고 계속 일이 있어서 저녁에 일찍 집에 못 들어갔어요. 무기력, 피곤함, 귀찮음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무래도 가장 크게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요. 그러나 저 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는 현실도 벅찬데, 나라도 시끄럽고 더 좋아질 기미도 없어, 수중에 돈은 점점 없어지고 노력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의지할 데는 없어지고…. 귀찮아지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더 나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게 긍정적인 말이지만 속된 말로 하면 미친 거예요. 저는 스물넷, 다섯부터 매너리즘이나 무기력함에 짓눌려 살아왔어요. 아마도 이 기분과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청년에게 전하는 사제/ 수도자의 질문]
(B 신부님)
① 천주교 신자로서의 의미, 하느님의 자녀로서 나 스스로가 신앙인이란 존엄성과 가치, 자존감을 가지고 있나요?
② 천주교라는 신앙이 나의 현실과 삶에 힘을 주고 희망을 주나요?
되게 어렵네요. 이런 말씀 드리기는 죄송하지만, 굳이 하셨어야 할 질문이었나요? 왜냐면 지금 청년들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거의 없는 상태예요. 특히 이번 국정 농단사태를 겪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가치들에 모두 배반당했다고 느끼고, 무기력하게 느끼고 자존감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종교인의 정체성, 자존감을 느낄 여지도 없을뿐더러 그걸 느끼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쩌면 그걸 느끼는 사람이 진짜 대단한 거예요. 이건 정말 제 생각인데요. 그걸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그런 분들은 신학교나 수도원을 가야 해요. 그리고 그분들은 이 더러운 사회에 물들여지면 안 돼요. 그 정체성을 가지고 하느님께 온전히 바칠 수 있어야 해요. 자기 정체성도 흔들리는데, 신앙으로서의 정체성? 그건 사치스러운 말이에요. 현실을 직시 못 하시는 거예요. 어쩌면 청년들을 많이 못 만나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에요. 정말 너무 힘들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청년 신앙인이 신앙인으로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수도원을 가야 해요. 그 정도라면 신앙인으로서 입지가 다져졌다는 것이거든요. 신앙으로 채워진 게 있으니까 좀 더 심도 있게 들어갈 수 있는 거거든요.
(A1 신부님)
교회가 청년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나요?
되게 갑갑한 질문이네요. 듣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지긴 한데요. 사실, 청년들은 교회에 바라는 게 없어요. 성당에서 뭔가를 해주는 게 있어도 그건 청년들이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건 교회에서 해주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청년들이 원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청년들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해요. 그렇다고 성당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항상 성당에서도 공동체, 화합, 단체 이런 거 위주잖아요. 지금 어찌 보면 청년들은 자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사회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성당에서 바라는 가치와 개인이 바라는 가치가 너무 괴리감이 있다 보니…. 교회가 해줄 수 없는 것도 있는데…. 어찌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것도 없어요. 우리보고 단체 생활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우리를 안 건드리면 좋겠다는 것도 있어요. 물론 하느님이 우리를 모으신 이유와 말씀, 섭리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겠지만, 지금 청년들은 여유가 없어요. 여유를 찾으러 성당에 묵상하러 왔는데 청년회에 활동을 하면서 더 여유가 없어지게 되는 거죠.
+청년회라는 단체의 역할에서의 문제는 없을까요? 개인이 여유를 갖도록 활동 위주로만 가는게 아니라 기도하는 시간도 주고 기도법에 대한 안내도 곁들여 해주는 게 역할일 텐데요.
과연 청년들 주에 기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다못해 저도 묵주기도를 자주 안 해요.청년들 중에 과연 묵주기도, 십자가의 길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자기가 성당을 올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데 어떻게 남을 이끌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나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도 얄궂은 자존심이 있어 자기를 내려놓지 못해요. 그래서 나눔 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쉽게 와해되고…. 신심 활동으로 꾸려져도 다른 어른들이나 사목회에서는 청년회가 활동적으로 하는 걸 원하세요. 신부님들도 내심 저희가 활동하길 원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 자체가 기도하는 걸 귀찮아하는 것도 있고요. 저도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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