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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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그냥 웃으며 지나쳤지만 이제는 웃음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최근 발표된 OECD의 “한눈에 보는 2016년 사회”를 보면 한국은 청년 고용률 OECD 최하위(OECD 평균보다 10% 낮음), 합계출산율(1.21, OECD 평균은 1.7) 세계 최저입니다. 반면에 자살률은 세계최고! 이젠 너무 흔하게 듣는 말이라 놀라지도 않고 반응에 무뎌지는 제 자신을 봅니다.
2016년 9월 통계청에서 한국에 34만 5천명(10.3%)의 실업자가 있다고 합니다. 전체인구에 10%밖에 되지 않는 이 통계는 사실일까요? 주위 뉴스에서 매일 반복되어 나오는 경기침체, 청년고용감소 등의 단어들이 이젠 너무 익숙한데 말입니다. 통계청이 말하는 실업자란 어떤 기준의 사람들인지 알고 계시나요? 통계상 실업자란, 일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경제활동인구) 중에 조사 기간 (보통 일주일) 동안 돈을 벌 목적으로 일을 한 시간이 1시간 미만인 사람을 말합니다.
- 일주일 중 1시간이라도 일을 했다면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 휴직자, 준비생, 구직 단념자들도 일을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조사기간 최근 4주안에 입사원서 제출, 면접을 본 이력이 있어야 통계에 포함)
- 공무원 시험의 경우 1년에 1회 기회가 있으니 준비 기간에는 다른 회사에 원서를 넣지 않는데 통계청에서는 이런 취업준비생들을 일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실업자 통계에서 뺀다.
이와 관련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무원 준비생,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 실업률은 22%라고 합니다. 두 배나 되는 차이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턴, 비정규직을 더한다면 34%, 청년 3명 중에 1명이 실업자라는 말입니다. 정부에서 통계 낸 수치와 차이가 매우 크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체감하는 숫자는 후자의 통계입니다.
3명 중에 1명이 실업자, 더욱더 차갑게 느껴만 지는 취업이라는 고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고용 유연화라는 정책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을 노동법을 나쁜 쪽으로 변경 해 더 많은 비정규직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더욱 더 가난하고 약하게 만들려는 꼼수정책입니다.
이는 청년노동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법 개악으로 손해를 받는 것은 ‘모든 일하는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나부터, 내 친구들, 나의 형제, 부모님들의 삶까지. 그 피해는 돈이 아닌 산재라는 재앙으로 내 신체에 올 수도 있는 일입니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활동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최저임금에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활동이라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그 친구가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고 싶다고 외치며 직장을 뛰쳐나갔습니다. 보람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도 내 삶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어떤 것이라도 일이라면 감사하겠다고, 맡겨만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가능한 걸까요?
어느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이 있었던 본당 청년회가 잘 유지되고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모인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현실 또한, 신부님 말씀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5일 근무하고 정시퇴근하기 때문에 저는 괜찮아요. 교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청년들 말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취업준비생, 정규직, 비정규직 다양한 교회 내 청년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시간이 없어요.’ 라는 말이었습니다. 정규직이 아니어서 교회에 나올 수 없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서로가 각기 다른 조건과 능력을 가졌는데도 하나의 기준에 맞춰 재고 따지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습니다. 그 벽 앞에 서 있는 이웃들을 보듬어 주시는 분, 서로가 조금씩 부족해도 각기 다른 형태로 서로를 채울 수 있도록 우리를 불러주시는 분께 의지하는 기회조차 뺏어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신앙을 찾을 여유가 없는, 없을 수밖에 없는, 그로 인해 교회에 청년들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들의 불안한 노동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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