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청년사목
Ⅶ. 보고서를 마치며
0.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상태’로 한 단계 나아가다.
결과론적으로 모른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무엇을 몰랐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은 이후의 작업을 위하여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자료집에서 앞서 밝혔듯 이 작업은 청년의 노동문제를 비롯한 실질적인 청년문제에서 시작하였지만, 그 결과가 특정한 결과의 도출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교뭉치는 교회 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올려 현재 청년들의 삶의 지점을 확인해보고, 다양한 삶의 이유로 인해 교회에 오지 못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까지도 교회 내에서 함께 끌어올려지길 바랐습니다.
사교뭉치는 청년들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세 가지 중요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교회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지점들은 이젠 단순히 개인적 신앙의 깊이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도출된 세 키워드를 분석해보았습니다.
1. 소속감 - 청년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이면서 교회를 떠나는 가장 첫 번째 이유
청년들은 교회 내에서 청년회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소속감’을 꼽았습니다. 청년들은 ‘소속감’을 ‘내 자리와 내 역할이 있는 느낌’으로 설명했지만, 그 내면엔 단순히 역할이 있다는 것을 넘어서 ‘나를 반겨주고 나란 존재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요구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더 이상 내 자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청년들은 교회를 떠나고 싶었으며 실제로 일정 기간 떠났었다고도 말했습니다.
굉장히 주관적인 느낌인 이 “소속감”으로 인한 다른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회원들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소속감을 느끼고 있던 청년들은 회원의 확대를 원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일정 부분 두려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 생길 관계의 변화와 지금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던 소속감의 상실이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 사회에서 공동체라고 느끼는 별개의 모임이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사회 전체를 공동체로 느낀다는 청년도 있었고, 다양한 모임이 있지만 공동체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답은 개인마다 모두 달랐지만, 당신의 삶에서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 속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서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과연 교회와 청년을 위해서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깁니다. ‘소속감’이란 키워드를 도출해내며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해야 할 방향은 청년회를 통해 청년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주의가 가져오는 의미 없음과 외로움에 맞서 현대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이 될 것입니다.
2. 소진 - 소진되어 떠나는 청년들 반복되는 번아웃
사회에서 청년세대를 지칭하며 ‘요구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청년을 향한 신부님들의 질문을 모으며 사교뭉치 또한, 이런 내용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교회를 향해 청년들이 다양한 요구를 하지만 과연 그만큼 청년들이 교회에 적극적으로 나와서 활동을 할 것이냐”는 내용의 질문이었습니다. 이 말엔 청년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요구만 한다는 전제가 담겨있습니다. 굳이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요구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이 말을 그대로 교회 공동체에 다시 전하고 싶습니다.
어느 공동체든 장기적 비전으로 청년활동가들을 돌보고, 이들의 활동력을 충전하는 방안과 대안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몇몇 청년의 활동력에 기대며, 지속해서 청년을 소진하고 있습니다. 어느 청년 그룹이든 특유의 활동력을 가진 소수의 청년이 존재합니다. 청년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님들은 과연 이 청년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요구하는 만큼, 그 이상의 책임감을 가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임원을 맡은 청년들은 그해가 끝나면 모든 활동력이 소진된 채 튕겨 나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청년회만 튕겨 나갈 뿐 냉담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활동이 업무로 다가오고, 희생이 책임으로 느껴지면서 과연 임원을 맡은 청년 개인의 신앙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청년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님들도 애타며 염려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혹 그 염려가 2년 남짓한 시간으로 한정된 것은 아닌지도 묻고 싶습니다.
적어도 2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청년들의 활동력을 보존하고, 이들의 신앙심이 훼손되지 않을 만큼의 활동을 요구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 청년은 새로 가입하는 청년 회원을 ‘위하여’ 이렇게 말한다고 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상처가 많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예수님은 아닙니다.”
이 말은 새로 가입하는 청년을 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청년들을 지키기 위한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두가 지쳐 있다는 청년들의 자기인식이자 청년 스스로 자신의 한계지점을 드러내는 겸허한 자기고백인 셈입니다.
3. 기회 - 기회와 기대의 교차점
청년들에게 교회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청년들의 답은 더 많은 ‘기회’였습니다. 삶 속에서 서로의 신앙을 나누고 삶을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총 7일의 시간 속에 마음 편하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일뿐이고, 근무가 조정되지 않으면 그마저도 가질 수 없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의 영역과 신앙의 영역이 분리되어 가고 있다는 걸 이미 알았습니다. 지옥 못지않은 6일과 거룩한 하루로 분리된 삶 속에서 청년들은 삶의 영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신앙을 만나길 기대했고, 다양한 신앙 프로그램과 교리교육의 기회가 생기길 바랐습니다.
4. 제언
가. 청년의 현실에 기초한 보다 밀도 있는 실태조사
3개월이란 시간 동안 진행되고 “가톨릭청년보고서”란 이름이 붙은 결과물이지만 이번 결과물에 교구 청년의 모든 현실과 목소리가 담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 자료집에 담긴 청년의 목소리는 스무 명 남짓이며, 이마저도 교회 내 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로 국한된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깊이 있는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앙생활과 개인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은 몇인지, 학자금과 용돈을 버는 청년 중 주일 저녁을 비울 수 있는 비율은 몇인지, 30대 청년에겐 어떤 형태의 어려움이 있는지, 지금 청년들에겐 무슨 감정이 지배적인지, 교회가 전하는 메시지가 어떤 형태로 청년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등을 촘촘하게 설계된 질문과 다양한 사례 수집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사교뭉치는 이번 작업이 ‘마중물’의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청년 신앙인들의 의지와 요구지점을 확인하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지금의 문제가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된다는 걸 교회공동체에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나. 보다 세분화 된 일상적 소공동체 조직
주거지역에 기초한 공동체인 본당 청년회도 중요하지만, 청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 소공동체도 필요합니다. 비슷한 생애주기를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형성된 청년이란 큰 범주 안엔, 너무나 다양한 삶의 층위가 섞여 있기에 개인이 처한 고민이 폭넓게 이야기되고 공감되기 힘듭니다. 언제나 ‘나 혼자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집단적 자기 고백과 확인에서부터 더 큰 공감과 연결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제언 (가)의 밀도 있는 실태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나누고 싶은 주제와 요구를 추출하여 그에 근거한 소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직장생활의 고민, 취업준비과정에서의 고민, 현대사회의 흐름과는 다른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까지도 신앙에 기초해 이야기될 수 있어야지만, 구체적 삶의 문제 앞에서 신앙적 해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 청년과 함께 하는 과감한 실험
대안적 삶을 꿈꾸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공동체적인 삶에 지향을 두며 귀촌을 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화폐도 만들어보기도 하며, 공동체 은행을 만들어 주거공동체를 실험하기도 합니다. 세상 속에서 세상과는 다른 삶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함께 교회는 과감한 실험을 시도하고 지지함으로써 신앙에 기초한 새로운 삶의 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교회의 사목자와 더 많은 청년과 함께 깊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삶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대안이자 희망이 되어야 하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사교뭉치는 이번 작업 이후 ‘식사전기도’라는 이름으로 청년들과 평일미사를 드리고 함께 식사를 나누는 일상적 모임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이어갈 것입니다.
주님, 저희 사교뭉치가 ‘청년신앙보고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청년들과 내밀히 만나는 심층
인터뷰 자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당신을 알고자,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말과 목마름에 귀 기울여 듣는 자리가 되게 하소서. 일대일로 만나는 내밀한 자리이기에 혹여나 저희가 내미는 질문에 상처를 받거나 마음 다치지 않도록 말과 표현에도 사랑을 품게 해주소서. 또한 저희의 입을 통하여 당신이 말씀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이들의 대답과 의견 중에 나오는 아프고 힘든 일에는 함께 아파하고, 희망차고 마음 따듯한 경험에는 함께 기뻐하고 응원할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저희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기도해주시는 은인들께 더없이 감사하고, 함께 작업하는 그리스도의 동료들 얼굴도 떠올리며 그들의 영육 간에도 생기와 건강을 허락하소서. 바쁜 일정에도 인터뷰 요청에 선뜻 시간을 내어준 형제·자매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함께 하시고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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