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묵상자료
사순 제5주일(나)(2021)
(예레 31,31-34 / 히브 5,7-9 / 요한 12,20-33)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찬미 예수님!
저는 꽃을 참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 젊지만, 꽃을 좋아합니다. 교구청에 꾸르실료 교육관과 카리타스 카페 사이에는 목련 나무 있습니다. 그 목련 나무는 새하얀 잎으로 교구청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입니다. 산책을 하면서 메말랐던 나무에 하얀 꽃잎이 피는 것을 보며 ‘아, 봄이 왔구나’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봄을 재촉하기 위해 하늘에서는 봄비를 내려줍니다. 봄비는 땅으로 스며들지만,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줍니다. 죽어있는 나무, 또 죽어있는 씨앗인 듯 보이지만, 때가 되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꽃, 새로운 생명을 피워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하셨지요?
밀알을 땅에 심어놓고 그대로 남아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밀알이 땅속에 심어지면 그 모습은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보고 실패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땅속에 떨어진 밀알은 완전히 썩어 없어져, 흙과 섞여 완전히 사라진 뒤, 새로운 생명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밀알 하나가 땅속에 떨어져서 묻히고 나면, 그때부터 그 밀알을 돌보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밀알은 생명의 주인이신 분께 자신의 온 몸을 던지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죽기 때문에 사는 것, 죽음으로써 더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의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죽음의 땅으로 보내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실지는 몰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땅속 깊이 묻히셨지만,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나의 ‘밀알’이 되어 ‘부활’이라는 새로운 생명, 더 큰 열매를 맺으셨던 것입니다. 죽음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바로 십자가가 사랑입니다.
이처럼, 사랑은 나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내 것을 꼭 쥐고만 있으면 그것은 내 안에서만 머물 뿐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도, 자라나지도 않습니다. 내가 하나의 밀알이 되어 하느님께 맡겨드릴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튼튼한 나무, 예쁜 꽃, 풍성한 열매로 자라나게 사실 것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의 삶을 향기로운 꽃으로 피워나가야겠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