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묵상자료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이사 55,10-11 / 로마 8,18-23 / 마태 13,1-23)
‘부지런한 농부가 됩시다!’
찬미예수님 ~ 여러분들 혹시 ‘망초’라는 꽃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길가나 야산에, 또는 버려진 논밭을 보면 하얗게 피어있는 꽃이 있는데, 그것을 망초 꽃이라고 합니다. 망초가 쫙 퍼져있는 그 군락을 보면, 제법 예뻐 보입니다. 실제로 맡아보지는 않았지만, 그 풀냄새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보이는 꽃, 망초에는 번식력이 아주 강한 특성 때문에 억울하게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중국 초나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초나라와 한 나라가 전쟁을 할 때였습니다. 요즘에는 최첨단이라서 핵미사일, 장거리 미사일 뭐 이런 걸로 싸우지만... 옛날에는 어땠습니까? 말 타고, 일일이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서 그렇게 싸웠습니다. 그러니까 전쟁을 하려면 사람 숫자가 아주 중요했고, 그만큼 사람이 많이 필요했던 것이죠. 군인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건강한 젊은이들을 군대로 막 데려가 버린 것입니다.
그러면 농사는 누가 짓습니까? 해가 갈수록 시골에 농사지을 사람이 점점 없어지게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논밭에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답니다. 곡물이 자라야 할 논밭에, 하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나자, 결국 초나라는 망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버려진 땅에 하얗게 피어나는 꽃. 사람들은 그 꽃을 ‘망초’ ‘나라를 망하게 한 꽃’이라 불렀습니다. 다시 말해, 망초는 농부가 돌보지 않아서 황폐화된 땅에 피어나는 꽃인 것이지요.
예로부터 논의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습니다.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 그 소리에 맞춰서 곡물은 알찬 열매를 맺어간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농부가 게을러서 논밭으로 발자국을 뜸하게 하면 할수록, 알찬 열매는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고, 그 자리에 망초 꽃만 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십시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렸는데, 그 씨가 어디어디에 뿌려졌다고 합니까?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그리고 좋은 땅. 이렇게 뿌려졌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농부라면, 어디에 매달리시겠습니까? 당연히 좋은 땅에만 매달리겠죠. 이미 좋은 열매가 보장된 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묵상을 해봅니다. 만약, 부지런한 농부라면, 좋은 땅에 떨어진 씨에만 관심을 가질까? 부지런한 농부라면, 어떤 곳에서나 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상의 땅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을까?
밭이 길바닥처럼 단단하다면, 부지런한 농부는 분명, 쟁기로 땅을 갈아엎어서 보드랍게 만들 겁니다. 밭에 돌들이 많아서 흙이 부족하다면, 부지런한 농부는 돌을 주워내고 고운 흙을 가져다가 객토를 할 겁니다. 밭에 가시덤불이 많다면, 부지런한 농부는 가시덤불을 낫으로 다 쳐내고 뿌리를 뽑아서 불태울 겁니다.
이처럼 농부는 분명히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씨앗에게 맞는 최상의 땅을 만들어 줄려고 고민하고, 또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나서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겠지요.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밭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떨어진, 밭입니다. 그 밭이 늘 좋은 땅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압니다. 내 마음의 밭에 난 돌을 빼지 않아서 걸려 넘어지고, 가시덤불을 쳐내지 않아서, 찔리고 아파하는... 나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주님께서는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너희는 부지런한 농부가 되어라. 너희 마음의 밭을 자주 드나들어서, 너희 밭을 최상의 땅으로 만들어라. 그러면 그 열매는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상의 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혹시 여러분 밭의 망초 꽃이 가득 피어있지는 않습니까?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곡물은 자라난다고 합니다. 가을의 풍성한 결실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지런한 발자국의 대가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우리 인생의 가을에도, 우리 신앙의 가을에도, 풍성한 결실이 선물로 주어질 수 있도록, 지금 부지런히 우리 밭을 드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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