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 60,1-6 / 에페 3,2.3.5-6 / 마태 2,1-12)

세 가지 직무

+찬미 예수님!

새해의 첫 주간 잘 보내셨습니까?

성탄시기의 두 번째 주간을 보내고 나니, 예수님의 부모님, 아기 예수님, 목동들만 자리하던 구유에,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 등장했습니다. 이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님을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오늘, ‘주님께서 공적으로 드러나셨다.’, 곧 ‘아기 예수님께서 세상 만민에게 자신의 탄생을 드러내셨다.’라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교회 전통적으로 예수님을 경배하는 세 명의 동방박사들을 흑인, 백인, 황인으로 표현하며 세상 만민을 상징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은 동방 페르시아의 사제들이지만, 별자리를 연구하고 운세를 읽는 점성가이기도 하였고, 뛰어난 학식을 소유한 현인들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은, 자신들의 왕도 아닌,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습니다. 그분의 별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에게 바칠 예물까지 준비했습니다.

세상 모든 만물을 창조하셨고 모든 피조물을 주재하시는 참 임금님께 드리는 황금, 참 하느님으로서 참 진리의 말씀을 세상에 향기롭게 퍼뜨리는 참 예언자께 드리는 유향, 그들이 찾아다녔던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죄명패를 달고 세상을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칠 참 사제에게 드리는 몰약.

이 세 가지 예물은 예수님의 세 가지 직무에 딱 맞는 것입니다. 그만큼 구세주를 그들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하기에 별에게만 의지한 채 먼 길을 왔던 것이죠.

2000년 전, 예수님에 대해 알았던 사람은 이 세 명 뿐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십 수억 명이 예수님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여기있는 우리도 그 중에 포함됩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무엇을 보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해보아야합니다.

왕이시며 예언자이시며 사제인 예수님. 예수님의 세 가지 직무라 불리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세례성사를 통해 예수님의 세 가지 직무를 이어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현대에 우리가 예수님께 예물을 드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이들을 섬기러 오신 임금 예수님을 기억하며, 이웃들을 섬기는 배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예언자 예수님을 기억하며,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스스로를 바치신 대사제 예수님을 기억하며, 이웃들을 위해 희생하기.

그 외에도 많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탄, 동방박사들이 드렸던 예물의 의미 잘 기억하며, 사제이며, 예언자이며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따라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한 주간 보내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