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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지혜 3,1-9 / 로마 8,31ㄴ-39 / 루카 9,23-26)
성인들과 함께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우리 한국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님이시고, 정하상 성인은 우리나라 교회의 기틀을 다진 평신도 지도자였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동료 순교자들이 있습니다.
‘헌종실록’에서는 정하상 성인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하상은 신유사옥 때 사형당한 정약종의 아들로서, 천주교를 가계로 삼고 유진길등과 서로 얽혀서 서양인을 맞이해 와서 신부와 교주로 삼았으며, 또 김대건, 최양업 두 어린이를 서양에 보내어 그 양술을 죄다 배울 것을 기필하였다.” 조선 역사에 나오는 정하상 성인의 기록입니다.
정하상 성인은 정약종(아우구스티노), 유조이(체칠리아)의 둘째 아들인데, 형은 정철상(가롤로), 동생은 성녀 정정혜(엘리사벳)입니다. 그리고 정약용(요한)의 조카입니다. 아버지와 형은 신유박해 때 순교를 했는데, 그때 정하상 성인의 나이가 6살이었습니다. 정하상 성인은 어머니 유조이와 동생 정혜 엘리사벳과 함께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났는데, 집안의 재산을 다 몰수당하고 겨우 풀려났습니다. 그 이후로 집안은 온갖 멸시와 핍박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야 했지만, 신앙만큼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 교회에는 신유박해 때 주문모 신부가 순교를 하면서 신부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선 교회의 실질적 지도자 역할을 하던 정하상 성인은 성직자 영입을 위해 애를 많이 씁니다. 21살 때, 처음으로 역관의 종으로 위장을 해서 북경으로 떠났는데, 죽음을 무릅쓰고 총 9번이나 북경에 갔다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824년, 29살 때 “교황에게 올리는 서한”을 작성해서 북경으로 보내게 되는데, 그 편지는 마카오에서 라틴어로 번역이 된 후, 3년 후인 1827년에 교황청에 전해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 편지를 통해 교황청에서는 조선 교회의 사정을 알게 되고, 1831년에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초대 교구장으로 브뤼기에르 주교가 임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한국으로 오는 길에 병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 프랑스에서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 2대 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차례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분들이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거처를 마련한 것이 정하상 성인입니다. 그리고 주교님의 복사로 활동하면서, 교우촌을 순방하거나 신자들을 돌보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조선 교구에서는 한국인 신부를 양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정하상 성인이 신학생 후보로 거론이 되었지만, 당시 한국교회에서는 정하상 성인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대신 정하상 성인은 최양업, 김대건, 최방제 세 명의 신학생을 선발하고, 그들을 중국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기해박해가 시작되는데, 정하상 성인은 곧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상재상서”라는, 천주교의 정당함을 알리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는 1839년에 가족들과 함께 체포되어, 사형 판결을 받고,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 앵베르 주교가 새남터에서 순교한 다음 날, 마흔 넷의 나이로 순교를 하게 됩니다. 남은 가족 어머니와 여동생 정혜(엘리사벳)은, 각각 곤장 수백 대를 맞고, 감옥에서 순교를 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145년 후에, 지난 1984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정하상 성인은 동생 정혜(엘리사벳)과 함께 성인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정하상 성인은 우리 한국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로서 지금의 우리 한국교회가 생길 수 있도록 기틀을 놓으신 분이십니다. 순교자들의 삶을 생각하면 반성해야 할 것도 감사해야 할 것도 참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재상서”에 나오는 정하상 성인의 말씀을 들으며,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우리 신앙에 혹시나 소홀함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우리의 신앙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의 행복은 어그러져 완전하지 않지만, 천당의 행복은 완전하여 어그러짐이 없습니다. 이 세상의 행복은 잠시뿐으로 영원하지 못하나, 천당의 행복은 영원하여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미흡하고 잠시뿐인 이 세상의 행복을 구하는 것이 어찌 완전하고 영원한 천당의 행복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임금께서는 밝게 비추시고 굽어보시어, 위로는 조정으로부터 아래로는 일반서민들에 이르기까지 ... 다 같이 평화를 누리며 살도록 하시기를 바라고 또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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