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묵상자료
연중 제15주일(나)(2021)
(아모 7,12-15 / 에페 1,3-14 또는 1,3-10 / 마르 6,7-13)
“제자를 부르시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할 때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사제학교 기간 중 주일에 여러 본당에 파견되어
미사를 봉헌하고, 짧지만 교우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기억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파견되기에 긴장되면서도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주일 복음이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이었고,
복음을 읽고 강론 때에 교우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 하셨는데, 이제 갓 사제로 서품되어
파견받는 저는 휴대폰이며 지갑이며 참 많은 걸 지니고 왔습니다.”
이어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지 못하였던 저의 모습과
우리 신앙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월요일 우리는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 미사를 봉헌하였고 올해 한국 교회는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희년을 살며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와 영성을 깊이 묵상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청소년을 위한 순례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김대건 신부님께서 순교하시기 전 조선대목구 교우들에게 보내신
마지막 서한을 읽게 되었고 깊은 감명을 받아 짧게나마 나누고 싶어 적어 봅니다.
“세상 온갖 일이 주님의 명령 아닌 것이 없고, 주님의 상벌 아닌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런 환난도 또한 천주께서 허락하신 바이니,
너희는 감수하고 인내하여 주님을 위하고
오직 주님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려라.
내가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의 일에 어찌 거리낌이 없겠는가?
그러나 천주께서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나보다 더 착실한 목자를 주실 것이니,
부디 서러워 말고 큰 사랑을 이루어,
한 몸같이 주님을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삶의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온전히 하느님을 믿으며 희망하고 사랑하셨습니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셨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신 분이
바로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님이십니다.
마지막 서한을 읽고 난 후 저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새 사제 때에 순수함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 타성에 젖어 무뎌져 있는 저를 다시 다잡아 봅니다.
청년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매 순간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하지만 해야 할 것이 많고 또 더 많은 걸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이기에
그분의 뜻을 온전히 따라 살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쉽지 않지만, 세상의 가치보다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본분이자 사명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번 한 주 세상에 파견되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게 다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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