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목
묵상자료
연중 제17주일(나)(2021)
(2열왕 4,42-44 / 에페 4,1-6 / 요한 6,1-15)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
오늘 복음은 그 유명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에 관한 복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잘 들여다보면 기적이 이루어지기까지 요구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희생과 나눔입니다. 이 희생과 나눔이 오늘 복음에 기적을 일으키는 조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이 당신께로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말씀하십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예수님의 이 말씀이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라고 나옵니다. 아마 이 시험은 필립보가 희생과 나눔이 준비되었는지에 대한 시험일 것입니다. 하지만 필립보는 인간적인 한계를 핑계로 댑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안드레아가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라고 말합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핑계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습은 바로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은 아이의 희생과 나눔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필립보와 안드레아의 핑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희생하고, 먹을 것에 대해 나누어준 그 아이를 보시고 기적을 베푸신 것입니다. 이 아이의 희생과 나눔은 제자들의 인간적인 한계에 대한 핑계를 뛰어넘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입니다.
당시 여자와 아이와 고아는 온전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는 부모도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있다면 자신이 먹을 것을 그렇게 들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그 아이의 음식은 어디서 무시당하며 일하고 받은 값, 바로 생명과도 같은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비천한 신분의 아이가 자신을 무시했을 지도 모르고 아무런 상관없는 어른들을 위해 자신도 가진 것이 없지만 기꺼이 먹을 것을 내어 놓은 그 희생과 나눔이 예수님을 감동시켰을 것이고 기적이 일어난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이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인간적인 한계에 대한 핑계는 사랑 실천에 있어서 정말 무의미한 것입니다. 사랑은 분명 기적을 일으킵니다. 사람을 변하게 하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사람을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킵니다. 그 사랑에는 희생이, 나눔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 놓은 그 아이의 희생과 나눔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의 희생과 나눔이 있었기에 기적은 기적을 더해 모두가 먹고도 남긴 조각이 열두 광주리나 가득 차는 넘치는 사랑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희생하고 나눌 때, 나도 가진 것이 없지만, 나도 여유가 없지만, 나도 시간이 없지만, 희생하고 나눌 때, 반드시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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