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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희년 교리 교육]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
제3부 예수님의 파스카
1.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다. “거기에다 차려라”(마르 14,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희망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현실이 되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찾아가기 위한 희년 여정을 이어갑시다. 오늘부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겠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리스도인 삶의 귀중한 비밀을 품고 있는 한 단어, ‘준비하다’(preparare)를 묵상하며 시작하겠습니다.
마르코 복음서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무교절 첫날 곧 파스카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가서 차리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었다”(마르 14,12). 현실적인 질문인 동시에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질문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무언가 중대한 일이 곧 벌어질 것이라고 직감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수수께끼 같았습니다. “도성 안으로 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를 만날 것이다”(13절). 세세한 사항들이 모두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당시 여성들의 몫 이었던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 이미 준비된 이층 방,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집 주인 등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되어 기다리고 있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복음서는 이 일화를 통해 중요한 진리를 드러냅니다. 사랑은 우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깊은 준비를 요구하는 결단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받아들이신 것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걸어오신 길에 대한 신실함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그분이 바치신 생명의 선물이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라 깊고 확고한 의지에서 나왔음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이미 준비된 이층 방”은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보다 먼저 계신다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환대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주님께서는 벌써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아시고 당신의 친구임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으십니다. 그 자리는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입니다. 겉으로는 텅 비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인정받고 채워지며 보호받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방”입니다. 제자들이 준비해야 할 파스카는 이미 예수님의 마음속에 완전히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모든 것을 마련하시고, 모든 것을 결정하신 분은 바로 예수님 당신이셨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몫을 다하도록 요구하셨습니다. 여기에 우리 영성생활의 핵심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은총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고 오히려 일깨워줍니다. 하느님의 선물은 우리의 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이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도와줍니다.
오늘날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만찬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례 의식에 관한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초월하는 거룩한 행위에 온 마음으로 기꺼이 함께하려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입니다. 성찬례는 제대 위에서만 거행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치고 감사드리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거행됩니다. 이 감사의 제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유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방해가 되는 것들을 치워내고,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고, 비현실적인 바람을 멈추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참된 준비와 헛된 착각을 서로 혼동합니다. 착각은 우리의 눈을 어지럽히지만, 참된 준비는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갑니다. 착각은 결과만을 쫓지만, 준비는 진정한 만남을 가능하게 합니다. 복음서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바와 같이, 참된 사랑은 보답을 받기 전에 먼저 자신을 내어줍니다. 사랑은 미리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무엇을 받을 것인가에 의존하지 않고, 무엇을 주고 싶어 하는가에 뿌리를 둡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사신 삶이 바로 이러했습니다. 제자들이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은 배반을 꾀하고 다른 한 사람은 부인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에도, 예수님께서는 그들 모두를 위해 친교의 만찬을 정성껏 준비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주님의 “파스카를 준비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전례적인 파스카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체의 파스카를 준비해야 합니다. 기꺼이 내미는 모든 손길,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모든 행위, 먼저 건네는 모든 용서, 그리고 인내로 감싸 안는 모든 수고로움.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머무르실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위해 내 삶의 어떤 공간을 정리해야 할까요? 오늘 나에게 “준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요? 어쩌면 고집스러운 요구를 내려놓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이 귀 기울이고, 성급한 행동을 줄이거나,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을 온전히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의 친교, 그리고 서로 간의 친교를 나눌 장소를 준비하라는 이 초대를 받아들인다면,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바로 그 넓고 준비된 방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표징들과 만남들, 그리고 말씀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우리를 든든히 떠받쳐 주시고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나아가시는 무한한 사랑의 신비가 끊임없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 현존을 겸손하게 준비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이러한 일상의 준비 속에서 우리 마음에 고요한 신뢰가 자라나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어떤 일이든 자유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미리 준비된 곳에서는 생명이 참으로 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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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현 후 인사말씀
[프랑스어권]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를 맞아 로마를 찾아온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 청년 대표단 여러분께 기쁜 마음으로 인사 드립니다. 여러분의 나라들을 위해 거듭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희망의 순례자로서 이곳에 왔습니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희망은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숙련된 장인인 여러분은 보다 아름답고 보다 형제다운 세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별히 프랑스어권 순례자들과 프랑스에서 오신 여러 단체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열어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주님을 위한 거처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현존은 우리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인간다운 곳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독일어권]
사랑하는 독일어권 순례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교회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께 마음을 활짝 열고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살아간다면, 그분께서 우리 삶도 비춰주시고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분의 빛을 세상에 비춰줄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중국어권]
중국어권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복음적 가치라는 견고한 반석 위에 여러분의 가정을 세워가십시오. 진심으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포르투갈어권]
포르투갈어권의 모든 순례자 여러분, 특히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오신 분들께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에서 경험한 특별한 은총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마음에 새겨져 있는 이때, 성령께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준비시켜 복음을 선포하는 이들로 만들어 주시도록 계속해서 기도합시다.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랍어권]
아랍어권 신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선교사이자 세상 안에서 그분의 현존과 사랑을 증거하는 살아있는 증인으로 부름받았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축복하시고 온갖 악에서 언제나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폴란드어권]
폴란드어권 순례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이 여러분께 하느님에 관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은총을 베풀어 주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다가오며, 여러분이 신뢰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일 때 그분의 권능이 여러분 안에서 큰 일들을 이루어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참된 행복을 원하시지만, 동시에 우리의 구체적인 응답과 진심 어린 헌신 역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가족들, 그리고 여러분의 나라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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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
오늘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80년이 되는 날이며, 3일 후에는 나가사키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사회적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를 바칩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 비극적 사건들은 전쟁이 불러오는 파괴, 특히 핵무기의 참혹함에 대해 온 인류가 깨어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경고로 남아 있습니다. 극심한 긴장과 피비린내 나는 갈등으로 얼룩진 오늘날 세상에서, 서로를 파멸시키겠다는 위협에 기댄 허망한 안전보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정의의 도구와 대화의 실천, 형제애에 대한 신뢰가 차지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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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권 순례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특히, 각자의 총회를 거행하는 가톨릭 사도직 수녀회, 거룩한 성체 선교 봉사 수녀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 율수 3회에 인사를 전합니다. 사랑하는 수녀님들, 여러분의 창립 카리스마에 따라 복음적 증거를 더욱 생생하게 실천해 나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빌라 에스텐세 본당 교우들, 비엘라의 가톨릭 가이드와 스카우트 협회 관계자들, 콜라르멜레 음악단 여러분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성령의 은사가 풍성히 내려 너그러이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실천하려는 여러분의 다짐을 더욱 굳건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병고에 시달리는 분들과 새로 혼인한 부부들에게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냅니다. 주님의 빛나는 얼굴이 여러분에게 희망과 위로의 샘이 되기를 빕니다.
모든 분에게 저의 축복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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